모이라는 레예스가 조금 구식이라고 생각했다.
군인으로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나? 싶으면서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늘 똑같은 스케줄표 대로 생활하는 걸 보고 있다보면 옴닉과 레예스가 별로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아침이나 먹지,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대체로 친절한 옴닉과는 다르게 성질이 더럽다는 점 빼고는.
"참 부지런하네."
"공복에 강도가 높은 훈련을 하면 오히려 더 독이 되니까."
"그렇다고 내 몫까지 챙길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접시 하나 더 놓은 것 뿐이야."
모이라는 레예스가 참 무르다고 생각했다. 오버워치를 떠날 때 꼴사납게 우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베네치아 사건 이후로 블랙워치는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체 되었다. 남은 잔당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기존의 오버워치 타격팀이나 어디론가 이리저리 팔려간 신세가 된 것 같았다. 레예스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라는 걸 알았어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이미 출격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애초에 그 사건은 하나의 거대한 덫이었고.. 그 때 만약 블랙위치가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일 없이 지나갔을까? 어쩌면 더욱 거대한 도발이나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 다른 사건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에 라는 건 없으므로 그 때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거나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건 의미없는 행위였다.
아침부터 감상에 젖은 생각들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다 문득 제 앞에서 의무적으로 음식을 씹고 있는 레예스는 지금 무슨 생각인지. 그의 정의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가브리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음식에 집중하던 그의 시선이 모이라에게로 옮겨왔다.
모이라는 갑자기 그런 가브리엘을 시험하고 싶었다.
"나에게 오버워치라는 조직은 하나의 거대한 새장이야."
"...뭐?"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걸, 카우보이도 닌자도 모두 뛰쳐나갔잖아."
"뜬금없이 무슨 말을 하려고."
"난 이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새장을 부수고 자유롭게 나갈 생각이거든."
레예스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고 모이라는 흡족스런 미소를 띄웠다.
충동적으로 던진 말이었다. 당장에 그에 손에 붙들려 지하 수감실에 쳐박힌다고 할지라도 할 말이 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모이라는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를 떠난 겐지나 맥크리까지 대놓고 언급하면 어떻게 반응 할지가 더 궁금했다.
블랙워치에 영입을 제안한 건 레예스였다. 그리고 그건 오버워치 상층부와는 별 게로 레예스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걸 모이라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너는 갈 곳이 잃은 나를 구원했다고 생각하지마. 넌 나를 또 다른 감옥으로 데려온 것 뿐이니까. 네 손으로 잘못된 씨앗을 심은거야. 어쩌면 그렇게 레예스를 탓하고 싶은 걸지도 몰랐다.
"그러던지."
모이라가 오늘 오후에는 산책을 다녀올 거라는 말을 한 것처럼 레예스는 가볍게 대꾸하고는 남은 빵조각을 입에 밀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말을 했을 때 눈이 날카롭게 빛나는 것 같았지만 그의 태도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순간 모이라는 제가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고 말을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레예스는 평소와 같았다.
"그 새장 부수는 거에 내 자리도 하나 남겨놔."
툭 던지듯 내뱉는 레예스의 말에 모이라는 세어나오는 조소를 감추지 않았다.
아, 그래. 가브리엘 레예스는 더 이상 무르지 않다.
"당연히."
아니, 가브리엘 레예스는 더 이상 오버워치에 무르지 않다.
레예스가 오버워치를 떠나는 날, 그는 오버워치를 경멸하거나 비웃을 것이다.
그가 무른 태도를 보이는 존재는 이제 '모이라 오디오런' 자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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